주말이 오면 늘 같은 리조트의 풍경이지만, 그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작은 변화들을 기다린다.
오늘은 한산한 리조트
사람이 없다.
아직 비수기라서 그런지 요즘 리조트에 사람이 별로 없다.
오늘도 호텔 로비 너머로 보이는 아침 해는 여전히 뜨거웠다.
적도 근처라 그런지 나트랑의 해는 한여름에도 여전한 열기를 품고, 바다는 그저 조용히 끓어오르는 듯 보인다.
그는 나트랑에 온 지 반년이 되어간다.
카지노 본사에서 파견되어 처음 이곳에 올 때만 해도,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한국을 떠나 한적한 해변 도시에서 일하며 편히 살아가길 바랐던 마음이었다.
그러나 파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가 맡은 일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피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카지노 마케팅이라는 일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즐기게 하고, 나가고 싶지 않게 만드는 그런 일. 처음에는 간단해 보였지만, 그가 다루는 대상은 한층 더 복잡한 인간의 욕망이었다.
그는 잠시 창가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오늘도 서울에 계신 어머니와 짧게 통화를 했다. 한국에 두고 온 홀어머니는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 최근엔 고관절 수술을 앞두고 있어 그가 많이 신경이 쓰인다. 어머니는 늘 아들에게 걱정 끼치지 않으려 애쓰지만, 그녀의 숨길 수 없는 목소리의 떨림이 아들에게도 전해진다.
그는 늘 어머니의 병이 악화될까 불안하고, 마음 한구석에는 죄책감 같은 것이 스며들어 있다. 나트랑에 있으면서 홀로 남겨진 어머니를 챙기지 못하는 현실이 때론 그를 더 깊이 잠기게 했다.
하루 동안의 휴식을 계획했지만,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그는 호텔을 나섰다. 주말이라 카지노에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열기가 느껴질 만큼 복잡했다. 그는 평소처럼 카지노 내부를 둘러보며 마케팅 효과를 살피는 것처럼 주변을 스캔했다.
어떤 사람들이 앉아 있는지, 어느 테이블이 인기가 많은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이 모든 것이 그의 일의 일부였다. 하지만 오늘 그는 그저 구경하듯 사람들의 얼굴을 살피며, 그들의 표정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웃음, 긴장, 그리고 묘한 흥분으로 가득 찬 이들의 얼굴이 어딘가 부조화스럽게 보였다. 그저 그들의 짧은 쾌락을 위해 자신의 일상을 바치는 그의 삶과 그들의 삶이 어딘가 얄팍하게 맞닿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인생은 정말 이것뿐일까?"
불현듯 그가 이렇게 자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람들은 카지노라는 환경이 주는 자극과 활기 속에서 일하는 것을 낭만적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과 비슷한 이야기, 혹은 더 불안한 사연을 안고 있다.
일상에서 뭔가를 채우지 못한 사람들이 선택한 작은 도피처, 이곳 나트랑의 카지노. 그는 그 사실을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며 카지노의 열기는 더해졌다.
하지만 그는 그곳을 떠나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술 한 잔을 마시며 창가에 다시 앉아 나트랑의 밤바다를 바라본다. 어머니는 이 시간쯤이면 한국에서 약을 드시고 주무실 테지만, 잠들기 전, 여전히 그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겠지. 그 생각에 그의 마음이 저릿해졌다.
"언젠가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하지만 떠날 수 없다. 애증의 관계랄까.
그는 어머니의 수술이 잘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하고 그의 역할은 쉽게 교체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오늘도 그저 스스로를 달래며, 내일을 준비할 뿐이다.
이 주말의 하루도 그렇게 지나갔다.
언제나처럼 변하지 않는 나트랑의 밤,
그리고 그의 고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