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나트랑카지노 공화국의 채식주의자 (feat. 깜란카지노, 두옌하카지노)

by 나트랑 스토리 2024. 10. 24.

 

 

나는 오늘도 새벽 3시에 끝났다.

 

 

 

 

 

 

몸은 피곤했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는다.

호텔 방 창문을 닫아두어도 어딘가에서 새어 들어오는 바람 소리가 스산하게 흐른다.

나트랑의 바다는 낮과 밤이 다르다.

 

낮에는 겉만 반짝이고, 밤에는 그 속이 검고 텅 비어 있다.

그게 꼭 나 같아서, 이 도시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게 만든다.

 

 

 

 

 

 

거울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봤다.

나는 이렇게 변했다. 한국에 있을 땐 이렇게까지 바쁘지 않았다.

이마에 주름이 새겨질 때까지 웃을 일이 없었다.

외롭다는 감정조차도 감각이 무뎌져서 남아 있지 않다.

 

 

 

이제는 그냥, 그저 그렇다.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은 말 그대로 무채색의 감정 상태에 빠지는 일이다.

내 얼굴을 만져본다.

생기가 없다.

흰 조명이 하얗게 쏟아지는 호텔 방에서, 나는 그저 또 하나의 사물처럼 굳어 있다.

 

 

 

 

 

 

 

침대에 누웠다. 시트는 서늘하고, 천장은 무겁다.

머릿속은 오늘 테이블에서 일어났던 일들로 가득 차 있다.

 

몇 시간이 지나도, 나는 손님의 손가락 끝에 스치는 칩의 감촉을 잊을 수 없다.

그들은 돈을 쓰고, 나는 시간을 판다.

 

 

우리 모두가 잃어가는 것이 있다.

딜러로 일한 지 벌써 4개월째.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갔다.

그런데 이젠 너무 빨리 흐른다. 매일이 반복되는 회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이 날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다시 시작되는 새벽은 너무 멀지 않다.

 

 

 

 

 

 

 

 

오전 10시. 더는 누워 있을 수 없었다. 억지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바깥으로 바다가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파란색과 하얀 포말이 맞닿는 그 순간을 보며 잠시 동안 멍해진다.

아름다운 풍경일 테지만, 나는 이미 이곳에 대한 감

각이 마비되었다. 이 도시는 나에게 환영하지 않는 손님일 뿐이다.

마치 나를 영영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듯.

 

 

 

 

 

 

 

 

 

 

오늘은 쉬는 날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유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음은 어딘가 텅 비어 있고, 몸은 고단한데도 쉬고 싶지 않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든다.

어디로든 가야 한다. 결국 나는 수영복을 챙겨 해변으로 나섰다.

 

 

 

 

 

 

 

해변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그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릴 때마다 내가 더 투명해진다.

나는 이곳에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그들 중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그림자인가.

물에 들어가면서 나는 잠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분이 든다.

 

 

 

 

 

차가운 물이 내 몸을 감쌀 때, 나는 온전히 이 순간에 있다.

그러나 그 감각도 오래가지 않는다.

 

 

곧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만다. 나는 표류하는 기분이 든다.

이 도시와 내 삶 모두 어디로 가는지 모를 채로 떠밀려 다닌다.

 

 

 

 

 

 

 

 

수영을 마치고,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씻어낼 수 없는 무언가가 내 피부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호텔도, 이 일상도 내게서 벗어나지 않는다.

내 모든 선택은 실패한 선택들이었나.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떠다닌다.

 

 

 

 

 

 

 

 

 

오후 3시. 점심을 먹지 않았다.

배는 고프지 않지만,

그래도 뭔가를 먹어야 할 것 같다.

나는 길가에 있는 작은 식당에 들어간다.

메뉴는 늘 비슷하다. 칼국수...서양 음식을 먹기도 싫고, 베트남 음식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어딘가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빨리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렇게 쉽게 지나가지 않는다.

음식을 씹으면서도 나는 그 맛을 느끼지 못한다.

 

 

 

 

 

 

 

 

음식을 먹고 나면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마실 때만큼은 잠시 정신이 맑아진다.

그나마 익숙한 이 시간.

그러나 그 후에는 또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오후는 길다. 하루가 마치 끝도 없이 이어질 것처럼 느껴진다.

 

 

 

 

 

 

 

저녁이 되면 나는 다시 카지노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손님이 아닌 직원으로. 밝은 조명과 음악 속에서 나는 다시 익숙한 얼굴이 된다.

손님들은 여전히 게임에 집중하고, 나는 그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게 스쳐 지나간다.

나는 그들의 승리도, 패배도 관여하지 않는다.

 

 

 

 

 

 

그저 그 과정에 잠시 머물 뿐이다.

오늘도 새벽 3시가 되면, 이 도시는 다시 잠들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같은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몇 달이 흘러도,

여전히 나는 여기 있고,

변하지 않는다.

 

나트랑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