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만의 날이다.
아주 오랜만에 주말을 혼자 보낼 수 있는 날.
평소엔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서 내가 나를 잊어버린 채로 살았다.
카지노의 빛나는 불빛과 소음, 바쁘게 돌아가는 그 공간 속에서, 내 마음도 점점 그 소리에 묻혀 가는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몸과 마음은 따로 놀고 있었다. 피곤함은 늘 따라붙고,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공허했다. 요즘은 특히나 밤이 되면 더 심해졌다. 이곳에서 지내는 시간이 벌써 네 달이 넘었지만, 마치 일 년이 흐른 것 같다. 모든 것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이었다. 해가 떠오르고, 침대에 몸을 구겨 넣은 채 잠에서 깬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니까. 온전히 내게 주어진 시간. 나는 천천히 일어나 창밖을 바라봤다. 푸른 바다와 하늘이 한없이 펼쳐져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그러나 닿을 수 없는 저 바다처럼 나도 지금 이곳에서 뭔가를 잡으려 하지만 아무것도 손에 닿지 않는 기분이 든다.
일단 몸을 움직이자, 수영이라도 해야겠다. 숙소에서 나와 리조트의 수영장으로 향했다.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마치 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물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떠다니는 동안엔 오로지 나만 존재했다.
다른 소음도, 걱정도, 스트레스도 모두 사라진 것처럼. 그렇게 한참을 물속에서 허우적대다 수영장 가장자리로 나와 앉았다. 물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낮의 태양은 뜨거웠지만, 그 열기마저도 오늘은 나를 다독이는 것 같았다.
수영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기다렸던 시간이 왔다. 마사지. 요즘은 매일같이 일하느라 몸이 녹초가 되곤 했다. 허리도 아프고, 어깨는 항상 뭉쳐 있고. 이럴 땐 마사지만 한 게 없지.
두옌하 리조트에서 받은 마사지는 꽤 괜찮았다. 마사지를 받는 동안 모든 근육이 하나하나 풀리는 걸 느꼈다. 마치 쌓여 있던 피로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손끝에서 시작된 안도감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나는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즐겼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마사지가 끝나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위해 카지노로 향했다.
요즘 들어 텍사스 홀덤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처음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할 때는 룰조차 헷갈렸던 내가 이제는 테이블에서 자신감 있게 카드를 집어 들고 있다.
텍사스 홀덤은 그저 운만 따르는 게임이 아니었다.
전략과 심리전, 그리고 상대방의 패를 읽는 능력이 필요했다. 그것을 조금씩 터득해 가면서 이곳에서의 일도 조금은 즐거워졌다.
두옌하 카지노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칩 소리와 카드 섞는 소리.
익숙한 소음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오늘도 운이 좋았다. 처음엔 작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더 많은 칩을 모았다.
상대방의 미세한 표정 변화, 손의 떨림, 베팅 패턴—all of it was clear to me. 그들의 심리를 읽어내는 것이 내게는 어느새 일종의 게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게임에서 나는 승리하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나는 어느새 꽤 많은 돈을 따고 있었다. 칩이 쌓여갈수록 기분은 묘하게 들떠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있는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이겼다는 사실은 분명 기쁘지만, 그 기쁨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그저 일시적인 위안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를 나와 바깥 공기를 쐬었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적막한 리조트의 정원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문득 내 삶도 어딘가 이 어둠과 닮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나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돈을 벌고, 시간을 채워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점점 내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오늘 하루는 분명 나를 위한 시간이었지만, 끝내 나는 또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내 마음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더 이상 이런 공허함 속에서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문득 하늘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여전히 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바람은 조금 더 시원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이곳에서 나는 여전히 나를 찾고 있다는 것을.
**카카오톡채널 "다이아몬드베이텍사스홀덤" 검색**
**입장코드:8888
소정의 원고료를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