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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랑카지노 작별하지 않는다

by 나트랑 스토리 2024. 10. 18.

 

 

 

주말이 찾아왔지만, 어딘가 공허한 마음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한국을 떠나 새로운 나라에서 시작한다는 설렘도 이제는 낡은 구두처럼 닳아버린 느낌이야. 나트랑에 온 지 4개월이 지났는데,

마치 1년을 보낸 것처럼 피곤해.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마치 기계가 된 듯한 일상 속에서 내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이야.

 

 

 
 
 
 

 

 

 

 

한국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어.

사회생활도 내겐 너무 버거웠고, 그래서 해외로 나와 일자리를 구하는 게 내가 선택한 길이었지.

하지만 막상 나와보니, 여기도 그리 만만하지 않더라. 월급은 한국보다 조금 적지만, 이곳의 물가 덕분에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뭔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남아 있어.

 
 
 
 

 

 

 

 

 

 

 

사실, 나트랑에 처음 왔을 때는 모든 게 새로웠어. 반짝이는 바다, 따스한 햇살, 그리고 이국적인 풍경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매일 같은 곳을 보고,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지겨워지기 시작했어. 마치 어디론가 가고 싶은데 갈 데가 없고, 하고 싶은데 할 게 없는 기분. 학원이라도 다니면서 베트남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마땅한 학원조차 찾기 힘들더라.

 

 
 
 
 

 

 

 

 

 

 

그래도 주말이니 조금은 마음을 풀어야겠지. 카지노에서 카드 게임을 하면서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잊으려고 했어. 하지만 결과는 별로였어. 카드를 쥐는 내 손끝이 불안하게 떨렸고, 집중이 안 되더라. 아마 요즘 앓고 있는 공황장애 때문일 거야. 몇 달 전부터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일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상태가 나아지긴 힘들지.

 

 

 
 
 
 

 

 

 

 

 

 

 

 

카드 게임이 잘 안 풀리니 그저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었어. 그래서 마사지샵으로 갔어. 베트남의 마사지는 유명하잖아.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을 때, 잠시나마 내 근심들이 사라지는 듯했어. 손길이 내 어깨와 허리를 지나갈 때마다 내 몸에 쌓였던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지. 하지만 마사지가 끝나고 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래도, 마사지 후엔 조금 나아진 기분으로 수영장으로 갔어. 물속에서 조용히 떠다니는 시간이 좋아. 물이 내 몸을 감싸는 느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게 멈춘 듯했어. 수영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그때만큼은 내가 일하는 카지노도, 공황장애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모두 잊을 수 있었어.

 

 

 

 

 

 

 

 

 

하지만 물에서 나오는 순간,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했지. 바람이 몸을 스치며 내 차가운 피부를 덮을 때, 순간의 평온함은 다시 사라졌어. 집에 돌아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또다시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돌아가기 시작했어. 이곳에서의 생활이 끝나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까,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까? 모든 게 불확실해.

 

 

 

 

 

 

 

주말이지만, 이틀 동안의 짧은 휴식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되지 않았어. 다시 월요일이 오면 또다시 카지노에서 반복되는 일상이 시작되겠지. 여유라는 건 사치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이런 생각들 속에서도 나는 내일을 기대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이 의미를 찾게 될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야.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합니다.